(포항=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25시즌 프로축구 K리그1이 15일 포항 스틸러스와 대전하나시티즌의 맞대결로 막을 올렸다. 역대 가장 이른 시점에 개막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여파로 2월 19일 시작한 2022시즌의 기록을 나흘 당겼다.
K리그1이 봄이 아닌 '늦겨울'에 시작하는 건 올 시즌 국제대회가 유난히 많아서다.
4∼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토너먼트의 8강부터 결승까지 경기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진다.
6월에는 울산 HD가 참가하는 FIFA 클럽월드컵이 미국에서 열리고, 7월엔 국내파 선수 위주의 국가대표팀이 나설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 치러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각종 국제대회 일정으로 순연 경기가 다수 나올 수 있어 개막일을 당기고 주중 경기를 예년보다 덜 잡았다.
관점에 따라서는 겨울부터 축구 대장정이 펼쳐지는 올 시즌을 '추춘제 리허설' 단계로 볼 수도 있다.
프로연맹은 12월 중순∼2월 중순에 8주가량 '윈터 브레이크'를 갖는 추춘제 전환 시나리오를 공개한 상태다.
이 같은 시나리오대로라면 하나은행 K리그1 2025가 개막한 15일은 추춘제 겨울 휴식기가 끝나고 리그가 재개되는 시기가 된다.
마침 이날 포항스틸야드 인근은 기온 10℃까지 올라가는 포근한 날씨였다.
경기 전 포항스틸야드 주변으로 몰려온 팬들 무리에서는 "햇볕 드는 게 포근하네"라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정세형(25)씨는 두꺼운 외투 없이 포항 스틸러스 팀훈련복만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
정씨는 "기존 춘추제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 날씨라면 추춘제도 찬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겨울에 추우니까 추춘제를 하지 말자는 건데, 오늘 정도면 아무 문제 없다"며 "선선한 게 축구 보기 딱 좋은 날씨"라고 웃었다.
롱패딩을 입고 온 김종길(47)씨도 포근한 날씨에 '추춘제 찬성론자'로 바뀌었다.
김씨는 "오늘 같기만 하다면 축구 발전을 위해 추춘제도 해볼 만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각 팀 사령탑은 너무 이른 개막이 당황스럽다면서도, 모든 팀이 같은 조건이라며 일정은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황선홍 대전 감독은 "리그가 너무 빨리 시작했다. 전지훈련이 어제 같은데 벌써 여기 포항 스틸야드에 와 있다"고 웃었다.
황 감독은 "(일정 문제는)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즌이 길어졌으니 긴 호흡도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초반 4, 5경기의 흐름이 중요하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결과는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첫 공식전을 치르는 대전과 달리 포항은 이미 한 경기를 소화했다.
지난 11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7차전에서 0-4로 대패해 시즌 시작부터 웃지 못했다.
전열을 정비해 K리그1 개막을 맞은 포항은 대전과 홈 경기가 끝나자마자 선수단이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18일 ACLE 경기가 열리는 말레이시아 조호르로 떠나야 한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일정이 쉽지 않아도, 흐르는 대로 갈 수밖에 없다.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닌데, 괜히 더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내가 불평, 불만을 꺼내면 선수들까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